눈부시게 찬란한 봄날
개나리꽃들이 어느새 떨어지고, 연두빛 잎들이 솟아 나오는 봄이 되었다.
겨울에 추워서 집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밖은 이미,
완연한 봄이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나무들에서 새순이 솟고, 기대하지 않았던 꽃들이 피고, 자연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이 자연의 순리를 따라서 계절이 바뀌고, 새들이 울고, 하늘은 파랗고... 봄이 왔구나.
재난영화에서 봤었던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요즈음 이다. 많이 산 인생은 아니지만, 우리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 봐도, 매일 매일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는 찬란한 봄날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어른들은 일터에 가지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던 마트도 겁이 나서 못가는 요즈음..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참 우리 인간이 이렇게도 나약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같은 때는 우리가 가진 물질들은 별 의미가 없다. 우리가 평상시에 쫓았던 모든 꿈과, 목표와 이상도.. 하다못해 뒷마당에 씨앗을 하나 심는 일도, 가든 센터가 문을 열었는지 아닌지 모르니, 도전이 되는 나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비새끼들 마냥 배고프다고 하는 자식을 위해서 삼시 세끼 밥을 해야 하고, 마스크를 끼고 딸기를 사러 가야하고, 바라만 보던 낙엽들도 힘을 내서 치워보고, 한국 드라마도 몰아서 보고.. 이렇게 하루 하루는 밖에 어떤 일이 일어나던지 상관없지 잘 흘러간다.
미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들. 어려울 때 마다 늘 도와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던 나는, 요즘에는 기도를 드리기에도 잘못한 것이 많은 것 같아서, 머리만 숙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인간이 하나님이 알려주신 믿음의 길로 가지 않고, 딴 곳으로 가고 있었구나. 우리가 너무 우리 욕심을 챙기느라, 우리 가족을, 우리 이웃을 많이 돌보지 못했구나. 우리가 너무 물질에 연연한 삶을 살고 남과 비교하며 겸손한 마음보다는, 인색한 마음을, 나누고 베풀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살지 않았던 것이구나.
우리의 삶은 오롯이 우리의 것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병이라도 찾아와서 우리가 이 세상과 작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평생을 살면서 내게 어느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그 어느 것들도 의미가 있을까?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어리석은 우리들은, 하나님이 알려주신 사랑과, 지혜와, 믿음을 뒤로하고, 그렇게 앞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것이다.
부산에 사시는 연세가 75세가 다 되어가는 친정엄마는 요양병원에서 더 나이 많으신 어른들을 돌보시는 일을 하신다. 일을 그만 두라고 하셔도, 본인이 이렇게 밖에서 어른들 돕고, 생활비라도 버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요즘같이 전 세계적으로 집밖을 나가는 것이 무서운 때에, 병원에 일을 가시는 것이 맘에 더 걸린다. 하지만 엄마는 보호자들의 방문이 금지된 그곳에는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유일한 가족이고, 친구라고 말씀하신다.
세상이 이렇게 어려워도 각지에서 우리의 작은 힘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한 일이다. 욕심대로 살 수 없는 세상이 오니,우리 눈에는 내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이 보이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미싱을 돌려서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들과, 친구들 가족에게도 나누어 주니, 배운 재주가 이렇게 잘 쓰여서 감사할 따름이다.
감사한 마음이 항상 앞서야 했었던 우리들의 삶.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시려고 하고 계실까?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녀 이지만,우리가 혹시나도 하나님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우리가 평상시에는 눈이 멀어서 보지 못했던 작고 소소한 일들이 눈물 나게 감사한 봄날이다. 가족들끼리 지지고 볶고, 엄마는 미술선생님이 되었다가, 영어 선생님이 되었다가.. 홈스쿨링이 뭔지 몰라도 아빠는 뒷마당에서 아이와 공을 차는 체육 선생님이 되고. 작년에 심었던 벛꽃 나무에서 곧 꽃을 피울 것을 알기에, 이 작은 설레임이 미소를 짓게 만들고, 마냥 느슨한 하루 하루지만, 생각이 많아지고, 느끼는 것이 많은 봄날이다.
얼른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가기를 바래본다. 이렇게 지내면서 계절이 여름이 된다 하면 너무 억울할 것도 같지만, 이 와중에도 매일 아침 성경책을 ,그것도 4번째로 읽고 계신다고 하는 80이 다 되어 가시는 친정아버지를 생각하면, 나도 다시 도전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억울하게 매일 매일을 보내지는 말아야 겠다.
“하나님, 이렇게 항상 부족한 우리에게 작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원하는 자녀로, 하나님이 원하는 그 길에, 제가 잘 쓰일 수 있게, 매일 매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승리하는 그런 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작년에 심었던 딸기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올 여름에는 딸기를 많이 먹을 수 있겠다.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