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24:16-19
다윗이 사울에게 이같이 말하기를 마치매 사울이 이르되 내 아들 다윗아 이것이 네 목소리냐 하고 소리를 높여 울며 다윗에게 이르되 나는 너를 학대하되 너는 나를 선대하니 너는 나보다 의롭도다. 네가 나 선대한 것을 오늘 나타냈나니 여호와께서 나를 네 손에 넘기셨으나 네가 나를 죽이지 아니하였도다. 사람이 그의 원수를 만나면 그를 평안히 가게 하겠느냐 네가 오늘 내게 행한 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서 네게 선으로 갚으시기를 원하노라.
고대 이스라엘은 두 번 분열되었습니다. 첫 분열은 다윗에 의해 통일되었으나, 그 뒤 기원전 930년경 분열된 유다와 이스라엘은 갈등으로 민족 역량을 소진시키다가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이스라엘의 1 차 분열을 극복한 주인공은 다윗이라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다윗이 보여준 용서의 정신입니다. 골리앗을 물맷돌 한 방으로 쓰러뜨린 다윗은, 하루 아침에 영웅으로 떠 올랐습니다. 하지만 곧 다윗은 사울을 피해 산악과 광야를 헤매며 동굴을 처소로 삼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사울이 3 천 군대를 이끌고 다윗을 추격했을 때입니다. 그가 혼자 다윗이 머무는 동굴에 들어오자 다윗의 측근들은 이때야말로 복수할 기회라고 충동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사울의 옷자락만 베었습니다. 뒤에 다윗의 관용을 알게 된 사울은 “나는 너를 학대하되 너는 나를 선대하니 너는 나보다 의롭다”고 고백합니다. 사울이 다시 3 천 군대를 끌고 다윗을 체포하려 나섰습니다. 어느 날 밤, 다윗과 수행원은 사울 일행이 잠든 틈을 타 그들의 야영지를 기습하여 복수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사울의 머리맡에 둔 창과 물병만 갖고 나오고 왕의 생명에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자기를 죽이려는 사울에게 보복 대신 용서와 관용으로 그를 일깨웠습니다. 남북이 화해할 때 배워야 할 용서의 정신입니다.
이해동 목사(평화박물관 이사장, 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장)의 고백을 들어봅시다.
“6·25 전쟁이 났을 때 아버지는 전국 청년조직인 대동청년단 해남군 지부 부단장이었고, 어머니는 대한부인회 황산면 지부 회장으로 일하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좌익 편에서 보면 눈엣가시였습니다. 서울 수복 이후 인민군이 빠져나갔고 우리가 살던 곳은 또 한 번 진공상태가 됐습니다. 좌익 사람들이 우익 사람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잡혀가신 소식을 들었습니다. 해질 무렵 아버지께서 사살됐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총알이 아버지의 왼쪽 등에서 비스듬히 왼쪽 겨드랑 밑으로 관통했고, 칼은 오른쪽 등을 정면으로 관통했습니다. 뜻밖에 아버지는 살아계셨습니다. 기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오랫동안 좌익세력에 적개심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야 우리 가족이 겪은 악몽 같은 상처를 정반대편에 있던 사람들도 똑같이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제라도 민족적 차원의 화해를 이뤄야 합니다. 이 길만이 민족의 비극을 극복하고 분단 현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국민일보 2017-08-07)
전쟁 중에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서로 원수가 되었습니다. 좌우 분열 속에 당한 만큼 서로 보복했습니다. 부모와 형제 자매를 잃은 이들에게 어느 누구도 감히 용서하라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사자들의 몫입니다. 우리는 조용히 하나님께 기도 드릴 뿐입니다. 형제들 간에 ‘용서’는 약해 보입니다. 하지만 ‘폭력과 보복’에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우리에게 용서하고 관용의 마음을 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 드립니다.
오늘을 위한 기도
주님! 저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도 시기하고 미움을 풀지 못하고 복수의 마음을 품고 삽니다. 저희를 용서하시고 저희 역시 다윗처럼 용서하고 관용을 베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