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말씀 누가복음 6: 27-28, 31
“너희 듣는 자들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오늘 봉독한 말씀은 우리가 참으로 잘 알고 있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많은 목사님들의 설교를 통해 많이 들은 성경 말씀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참으로 어려운 말씀이기도 합니다. 즉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마음과 몸으로는 행하기 어려운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의 인간관계 속에서도 어려울 뿐 아니라, 공동체적인 관점에서도 참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입니다. 1990 년에 있었던 독일의 통일과, 예멘의 통일로 한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있습니다. 70 년이라는 시간 동안 38 선을 경계로 서로 비방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시간 속에서 어떤 이들은 눈물 흘려야 했습니다. 이러한 눈물들이 모여 미움이 되었고 미움 들이 모여 분노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 민족으로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생활 습관을 가진 이들이었지만 70 년의 시간은 우리를 갈라놓았고 우리를 서로 원수 되게 하였습니다. 저는 어릴 때 보았던 “똘이장군”이라는 만화영화를 기억합니다. 그 만화에 보면 모든 북한 사람들은 늑대로 표현되고 북한의 지도자는 돼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어린 마음에 한동안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늑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지요.
저는 2008 년 남북평화통일 평양기도회를 잊을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의 기독교인들이 평양 봉수교회에서 만나 남과 북이 각각 준비한 포도주와 빵을 섞어 함께 성만찬을 나누었던 일이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남과 북의 기독교인들이 한 떡과 포도주를 나누며, 같은 말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저에게는 이미 통일을 경험한 것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이상 그들은 적이 아니고 원수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하나님안에서 한 형제, 자매이며,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말씀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라고 말입니다. 이 사순절 아침에 이 말씀을 통해 헐뜯고 비방하며 저주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 있는 이들을 사랑하며 축복하고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오늘을 위한 기도
주님! 우리는 오랜 시간 서로를 원수라 여기며 사랑하기 보다는 서로를 헐뜯고 저주하며 비방하였습니다. 그러한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진정한 사랑을 우리도 갖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래서 이제는 그들을 원수라 여기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한 형제, 자매이며, 한 민족임을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래서 주님의 제자인 기독교인들이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을 일구는 일꾼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멘.